돌이켜 생각해 보면 영화와 나의 인연은 필연적이기도 했었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 나는 기차 통학을 하게 되었는데, 대구역에서 통학열차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줄곧 영화관에서 죽쳐야만 했다.
대구 시청 옆에 있다가 대구역전으로 옮기기도 했던 그 영화관의 이름은
‘군인극장’ 으로 기억 되는데, 실상은 ‘거지 극장’이었다. 이를테면 단돈 100
원 가량의 입장료를 내게 되면, 변사들의 해설을 곁들인 외국영화 2편을 연
거푸 볼 수가 있었으니, 그 극장은 언제나 돈은 없고, 시간만 많은 거지 같
은 실업자나 가난한 학생들의 전용관 노릇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극장은 거지같았지만 그곳에서 상연되는 영화들은 또 미국의 헐리웃에서 직수입된 영화들이었다고 했으니, 참으로 희한한 시절의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겠다.
김영무: 1,943년에 경북 칠곡에서 태어나 1,969년에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극작가로 공인을 받았다. 그 다음「구름 가고 푸른 하늘」,「탈속」,「장씨 일가」,「서교수의 양심」과 같은 50여편의 작품을 공연으로 발표했고, 「윤회」,「초의 선사」,「약손」 같은 장편소설도 출간했다.「반야심경으로 보는 불교사상」,「군자 만나기」와 같은 동양사상 교양서 등 20여 권의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한국 희곡문학상」,「행원문학상」,「한국문학대상」,「예총 문화상」,「PAF 예술공헌상」,「29아나 연극관람전 공로상」등도 수상했다. 20여년 간 KBS, MBC, SBS, CBS, BTN 등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하기도 했고, 대경대학 겸임교수 노릇도 했다. 한국 문인 협회 희곡분과회장도 연임하고, 연극 전문 계간잡지 <극작에서 공연까지> 편집주간도 역임(7년) 했다.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서울연극협회 등의 자문위원이 되기도 하고 YOU TUBE <대학로 TV>를 운영하고 있다.